네이버웹툰 8

Episode. 16 – 루프의 하늘 아래에서

보쿠로 연대기EP.16 – 루프의 하늘 아래에서레브는 천천히 책장을 덮었다.“이건... 내 노래가 아니었어.” 그의 속삭임은 공기 중으로 스며들었다.그러나 손등의 문양은 계속해서 미약하게 진동하고 있었다.그건 마치 “너의 노래를 불러야 할 시간”이라 말하는 듯했다. “자장가를... 네가?”사에나가 천천히 묻는다. “처음부터... 이건 네가 불러야 했던 거야.”레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은 천장,아르벨리온의 인공 하늘을 꿰뚫듯 올려다보았다. 어제와 같은 각도,같은 빛,같은 구름의 흐름. 하지만 그 안에 단 하나, 미세한 어긋남이 있었다.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그 순간—문양이 빛났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하게. 동화책의 마지막 펼친 페이지 위에,자장가의 첫 가사가 ‘손으로 직접 쓰여지..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15 – 그녀의 꿈이 잠들어 있는 곳

보쿠로 연대기EP.15 – 그녀의 꿈이 잠들어 있는 곳폐기된 도서관은 숨 쉬는 것처럼 조용했다.모든 책장이 무너져 있었고, 먼지 위로 작은 발자국만이 남아 있었다.그 흔적은 분명 누군가 최근 이곳을 다녀갔다는 것을 의미했다. “여기야.”일로우가 작게 속삭였다. “내가… 처음 꿈을 기억한 곳.”사에나는 조심스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바로 그곳,도서관의 가장 안쪽 벽면에 작은 낙서가 남아 있었다.아이가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글씨.“나는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어.어른이 되면, 이 꿈을 꼭 다시 꺼내볼 거야.” 그 옆엔 흐릿한 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다.마치, 이어질 말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운 듯한 느낌. “아리아.”사에나가 나직이 말했다. 레브는 그 이름을 되뇌었다. 방금 전, 문양이 반응하며그의 손에서 서서..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14 – 자유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

보쿠로 연대기EP.14 – 자유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좋은 아침입니다, 아르벨리온 시민 여러분.오늘도 빛과 바람이 완벽한 하루를 선물합니다.” 아침 8시. 그 멘트는 하늘에서 흘러나왔고,동시에 도시 전역에 울려 퍼졌다. 햇살은 완벽하게 각도 조절된 창을 뚫고,각 집의 거실 테이블 위에 정갈히 놓인 찻잔과 빵 위로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같은 표정으로 일어나, 같은 옷을 입고,정해진 발걸음으로 출근길을 나섰다. 그들은 모두, ‘자유롭다’고 믿었다.레브는 골목 한 켠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눈 앞엔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그러나 그 움직임은 너무 정확했고, 너무 조화로웠다.이질감은, 바로 그 완벽함에서 시작됐다. “방금 지나간 저 남자... 오늘만 네 번째야.”사에나가 말했다. 레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13 – 아르벨리온의 문을 열다

보쿠로 연대기EP.13 – 아르벨리온의 문을 열다성역 중심의 포탈 앞.공기는 아직 차가웠고, 빛은 여전히 희미했다.그러나 레브는 알 수 있었다.지금 이 순간,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들려."레브가 조용히 말했다."문 너머에서... 꿈이 부르고 있어." 사에나는 그의 곁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멀고 깊은 곳에서,누군가가 잊혀진 꿈을 되살리고 있었다. 포탈의 표면은 서서히 물결치듯 흔들리고 있었다.깨진 유리처럼 갈라졌던 빛막이, 꿈의 결을 따라 복원되고 있었다. "아르벨리온."사에나가 입을 열었다. "자유의 꿈을 품은 첫 번째 차원." "자유의 꿈..."레브는 그 단어를 음미하듯 중얼거렸다. 자유.그것은 그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감각이었다. 하지..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12 – 남겨진 꿈의 노래

보쿠로 연대기EP.12 – 남겨진 꿈의 노래밤은 여전히 어둡지 않았다.성역은 천천히 꿈틀거리며 깨어나고 있었다.마치, 잊힌 꿈들이 저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으려는 것처럼. 사에나는 불 꺼진 제단 앞에서 홀로 서 있었다.레브는 여전히 포탈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손등의 문양은 희미하게 식었지만, 그녀는 알았다. 그의 꿈은, 아직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또한.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잊어버렸던 ‘어떤 꿈’을 다시 느끼고 있었다. 눈을 감자, 오래전의 장면이 떠올랐다. 초록빛 성역.빛의 가루가 흩날리던 날. 그녀는 아직 어린 소녀였고, 꿈을 정화하는 의식을 배우던 중이었다.—그리고, 처음으로 꿈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우린 다시 만날 거야.언젠가,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난 널 다시 부를 거야.” ..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11 – 그 이름을 부르면 안 돼

보쿠로 연대기EP.11 – 그 이름을 부르면 안 돼기억은..꿈처럼 사라진다.그러나 어떤 꿈은,사라진 후에 더 선명해진다. 성역은 조용했다.마치 방금까지 있었던 모든 진동과 기척이 거짓이었던 것처럼.하지만 사에나는 알았다.무언가—아주 오래된 꿈이,레브의 이름 속으로 ‘기억을 심었다’는 것을. 그녀는 천천히 주저앉아 서판을 바라보았다.방금 전, 레브의 문양 일부가 그 위로 옮겨갔다.그리고 남은 건, 그의 이름에서 사라진 조각 하나. 사에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무언가가 그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레브는 그 옆에서 말없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그는 여전히 문을 바라보고 있었고,그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고요했지만—이질적인 깊이를 품고 있었다. “네 ..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10 – 문을 여는 자

보쿠로 연대기EP.10 – 문을 여는 자포탈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하지만,그 앞에 선 레브는 이미 ‘무언가’를 열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꿈이었다.정확히는 꿈의 결, 꿈의 뿌리.누군가의 꿈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빛의 결이… 어긋났어.”사에나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그녀는 장치 주변을 빛의 고리로 봉인하며, 균열 너머에서 뻗어오는 잔류 파장을 읽어내고 있었다.“이건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야.어떤 ‘의지’가 꿈을 거부하고 있어.” 레브는 말을 아꼈다.하지만 손등의 문양은 그를 대신해 반응했다.별빛처럼 깜빡이는 그 문양은 조금 전의 악몽체와 접촉한 뒤로 계속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포탈이 나를 인식했어.”그가 말했다.“내가 여는 걸... 기다리는 것 같아.” “그렇지 ..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09 — 악몽의 입구

보쿠로 연대기Ep.09 — 악몽의 입구“꿈이 다시 연결되는 곳, 악몽도 함께 깨어난다.”: 문 앞의 이상성역 중심의 포탈 장치가 저음의 진동을 뿜어내기 시작했다.빛은 여전히 희미했지만, 레브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이건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충돌이었다. 사에나는 장치 앞에 서서 손을 들어 빛을 막았다.“무언가… 안에서 거부하고 있어.” “꿈이 거부한다고?”“정확히는, 꿈의 구조 안에 이물질이 섞여 있어.”그녀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이건 순수한 꿈의 반응이 아니야. 무언가가 꿈을 오염시키고 있어.”: 첫 번째 흔들림레브의 손등 문양이 다시 반응했다.이번엔 미세한 통증과 함께. “악몽체의 잔류…?”사에나는 결계를 펼치며 복원 장치 옆 바닥을 가리켰다.어디선가 스르륵— 균열처럼 어둠이 퍼져나오고 있었다...

소설/판타지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