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7

Episode. 08 — 깨어나는 공명

보쿠로 연대기Ep.08 — 깨어나는 공명“모든 진실은, 파동처럼 작은 떨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성역의 깊은 숨결정이 복원된 이후, 성역 내부는 잠든 심장이 다시 박동을 시작한 듯 조용한 진동을 품고 있었다.제단은 여전히 빛을 머금고 있었고, 그 주위를 맴도는 은빛의 흐름이 공간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었다. 사에나는 조용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바닥에 댔다.“공명이 퍼지고 있어… 장치 일부가 반응하고 있어.” 레브가 고개를 돌리자,성역 중심부 벽면 일부가 스르륵— 부드럽게 갈라지며 무언가가 드러났다.희미하게 빛나는 무늬, 기계와 마법이 교차된 복잡한 판형. 레브가 물었다.“이건 뭐지?” “이건 ‘드림 링크’야. 잊힌 차원들과 이곳을 연결해주는 중계 장치.예전에는 여섯 개가 있었는데… 지금 반응하..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07 — 첫 번째 각성

보쿠로 연대기Ep.07 — 첫 번째 각성“잊힌 꿈이 다시 숨을 쉬는 순간,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단의 중심사에나의 손짓에 따라 레브는 제단 위로 발을 옮겼다.고요한 빛이 흐르는 공간.그 위에는 투명한 결정구 하나가 떠 있었다.“이건… 꿈의 핵?”“잊힌 차원의 중심이야.가장 오래도록 봉인되어 있던 조각.그리고… 너와 연결된 꿈의 시작.” 결정은 마치 생명체처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레브가 가까이 다가서자, 내부에서 미광이 튀듯 반짝이며 반응했다. 그의 손이 닿는 순간—빛이 퍼졌다.: 침전된 기억눈앞에 펼쳐진 것은 꿈의 조각이었다.깨진 풍경, 무너진 도시, 정지된 사람들. 하지만,그 속에 유독 선명한 '한 장면'어린 시절의 레브,작은 창문을 열고 먼 하늘을 바라보던 소년. 그는 그림을 그리고 있..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06 — 성역의 수호자, 사에나

보쿠로 연대기Ep.06 — 성역의 수호자, 사에나“너는 잊었지만, 나는 널 기다려왔어.”: 성역의 심장문 너머는 어두웠다. 레브의 발끝이 바닥에 닿자,멈춰 있던 공간이 ‘또각—’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그 울림은 마치 깊은 우물 바닥에 떨어진 돌처럼,공간 전체에 잔잔한 진동을 퍼뜨렸다. 서서히 벽면이 빛을 머금었다.은빛으로 뒤덮인 거대한 공간,천장에는 별무늬처럼 박힌 수정들이 스스로를 반사하며서로의 빛을 모아내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정지된 시계장치 같은 석조 제단이 자리하고 있었다.마치 세상이 마지막으로 ‘시간’을 숨 쉬던 순간을그대로 봉인한 채 놓여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레브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제단 가까이 다가갔다.그의 숨결조차 공간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릴까 조심스러웠다. 그 순간— “기억났니?”..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 05 — 성역의 문

보쿠로 연대기Ep.05 — 성역의 문“모든 꿈은 기억의 문을 지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부름어느 날부터인가, 레브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길고 텅 빈 복도. 그 끝엔 문이 하나 있었다.빛도 없고,소리도 없고,문 위엔 글자 하나 없이 붉은 인장만이 박혀 있었다. 문은 언제나 닫혀 있었지만,그 앞에 서기만 하면 가슴 어딘가가 이상하게 ‘울렸다.’ 그것은 공포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었다.마치 오래전, 그 문을 스스로 닫은 사람이 ‘자기 자신’이었던 것 같은 느낌.: 빛의 균열'쏴아아...' 그날, 도시엔 흐린 비가 내렸다.물방울이 창을 따라 흘렀고, 거리의 불빛들이 조용히 번졌다.레브는 학교 뒤편, 철제 펜스 너머의 허물어진 구조물에 발길을 멈췄다.처음 보는 장소였지만, 이상하게 익숙했다. ..

소설/판타지 2025.04.25

Episode.02 — 몽멸의 밤

보쿠로 연대기 Ep.02 — 몽멸의 밤“그날, 세계는 잠들었고 아무도 다시 꿈을 꾸지 않았다.” : 그 밤의 기록세상은 너무나 조용했다.기이할 만큼 맑은 하늘, 그러나 별 하나 없는 검은 창공.공기마저 숨을 죽인 듯 고요했고, 바람은 창밖에서 방향을 잃은 채 맴돌았다.어디선가 삐─ 소리를 내며 길게 울리는 뉴스 속보 방송이 텅 빈 공간을 가볍게 찢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몽멸” 상태가 확산되며…』 『REM 수면 반응 중단, 꿈 기록 전면 소멸… 꿈을 꾸는 사람은 사라졌습니다.』 뉴스 앵커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일정했고,화면 속 표정 없는 얼굴들은 정보만을 전달할 뿐 감정을 담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니터를 보며 고개만 끄덕일 뿐,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아니, 놀란다는 감정조차 잃은..

소설/판타지 2025.04.24

Episode.01 잊힌 동화책

[보쿠로 연대기] Ep.01 - 잊힌 동화책“기억해줘. 너는 처음부터… 꿈을 잊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었어.”“사람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공허한 일상도시는 여전히 정돈되어 있었다.정확한 시간, 정확한 동선, 정확한 표정.그러나 그 완벽한 질서 속엔 감정의 흔적이 없었다. 하늘은 맑지만 무채색이었고,사람들의 눈동자는 어디에도 초점을 두지 않은 채 움직였다.웃음도. 울음도. 상상도... 더 이상 이 도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왜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지?' 레브는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가며, 자신만이 느끼는 ‘이질감’에 점점 말 없이 갇혀가고 있었다.: 돌아온 집, 그리고 한 권의 책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후였다.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레브는, 알 수 없는 찝찝함에 오래..

소설/판타지 2025.04.24

Prologue. 보쿠로 연대기: 꿈이 사라진 날

보쿠로 연대기:꿈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도시는 조용했다.이상할 정도로.하늘은 텅 빈 유리창처럼 맑았고, 별 하나 없는 까만 하늘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침묵으로 내려앉아 있었다.가로등 불빛이 새벽 안개 속에서 천천히 퍼지며, 노랗게 웅크리고 있었다. 인간은 잠들지만,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 밤.'그 날' 이후로 사람들은 ‘꿈’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꿈'에 대한 기억은 어느샌가 공기처럼 옅어졌고, '감정'은 투명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그 낡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잊힌 책과, 잊지 못한 마음“이건… 내가 어릴 때 읽었던 거 같은데..?” 레브는 책장 구석, 오래된 나무서랍에서 꺼낸 낡은 동화책 한 권을 ..

소설/판타지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