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판타지

Episode. 16 – 루프의 하늘 아래에서

올 오브 노션 2025. 4. 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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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연대기

EP.16 – 루프의 하늘 아래에서


레브는 천천히 책장을 덮었다.

“이건... 내 노래가 아니었어.”

 

그의 속삭임은 공기 중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손등의 문양은 계속해서 미약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건 마치 “너의 노래를 불러야 할 시간”이라 말하는 듯했다.

 

“자장가를... 네가?”
사에나가 천천히 묻는다.

 

“처음부터... 이건 네가 불러야 했던 거야.”

레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시선은 천장,
아르벨리온의 인공 하늘을 꿰뚫듯 올려다보았다.

 

어제와 같은 각도,
같은 빛,
같은 구름의 흐름.

 

하지만 그 안에 단 하나, 미세한 어긋남이 있었다.

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그 순간—
문양이 빛났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하게.

 

동화책의 마지막 펼친 페이지 위에,
자장가의 첫 가사가 ‘손으로 직접 쓰여지듯’ 나타났다.

“너는 잊지 않았지, 하늘의 꿈을.”

 

레브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날아가, 자유의 별이여.
너의 날개는 기억 속에서 멈춘 적 없었어.
그저 누군가,
너의 하늘을 닫아두었을 뿐.”

 

그 순간,
하늘이 깨졌다.

 

정확히는—
아르벨리온의 루프를 유지하던 하늘 영상막이
금이 가듯 ‘찢어졌다.’

 

“레브, 하늘이…”
사에나가 눈을 부릅떴다.

 

전광판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도시의 방송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켰고,

 

모든 시민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건… 처음 보는 하늘이야.”

누군가가 말했다.

 

8시 0분이 반복되던 시계가
8시 1분을 가리켰다.

 

그건 숫자 이상의 의미였다.

시간이, 처음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
아리아가 문득 중얼거렸다.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어릴 적—
내가 매일 혼잣말처럼 불렀던... 그 노래야.”

 

레브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이건 네 노래였어.
하지만 이제,
내가 그 노래를 부르게 될 거야.”

 

자장가는 도서관의 틈을 넘고,
도시 전체로 퍼졌다.

 

그 누구도
그 노래를 들은 기억은 없었지만—
모두가 한 번쯤 꿈꿨던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뭔가, 울고 싶어.”

“이건… 왜 이렇게 그리운 느낌이 나지?”

“처음 듣는 노래인데...
왜 나는 이 노래의 끝을 알고 있는 것 같지...?”

 

루프는 멈췄다.
세계는 처음으로 **“자유롭게 흐르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앙엔—
노래하고 있는 레브가 있었다.

 

서판 위에 조용히 떠오른 빛.
그건 하나의 결정으로 모였다.

 

그 중심엔—
아리아의 어린 시절,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첫 낙서의 형상화가 있었다.

“내 꿈은, 새가 되고싶었다.”

 

그리고 그 옆엔
보쿠로의 기억 조각이 하나 떠올랐다.

“나는 자유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그들의 하늘을 가렸다.”

 

레브는 그것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너의 자장가였고.
이제는—
내가 이어서 부를 노래야.

 

그 순간,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

 

낮의 별,
그건 아르벨리온의 중심 상공에
작은 빛의 구슬로 떠올랐다.

그 별은 이름이 없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은
그 별이 자유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조용히,

 

자장가가 멈췄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도시 전체가 처음으로
자신의 리듬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사에나는 조용히 레브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레브... 지금 그 자장가는—”

“응.”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내 노래였어.
처음으로.”

 

그리고 동화책의 다음 페이지가
스스로 열렸다.

 

이번엔—
글자가 없었다.

 

단지,
한 줄의 빈 공간.
그리고 페이지 아래
희미하게 떠오르는 한 문장.

“다음 자장가는 네가 직접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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