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쿠로 연대기
EP.13 – 아르벨리온의 문을 열다
성역 중심의 포탈 앞.
공기는 아직 차가웠고, 빛은 여전히 희미했다.
그러나 레브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들려."
레브가 조용히 말했다.
"문 너머에서... 꿈이 부르고 있어."
사에나는 그의 곁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아주 멀고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잊혀진 꿈을 되살리고 있었다.
포탈의 표면은 서서히 물결치듯 흔들리고 있었다.
깨진 유리처럼 갈라졌던 빛막이, 꿈의 결을 따라 복원되고 있었다.
"아르벨리온."
사에나가 입을 열었다.
"자유의 꿈을 품은 첫 번째 차원."
"자유의 꿈..."
레브는 그 단어를 음미하듯 중얼거렸다.
자유.
그것은 그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감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단어는 어딘가 깊은 곳을 간질였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일부를 부르는 것처럼.
"포탈을 통과하면,"
사에나가 말했다.
"우린 더 이상 성역의 보호를 받을 수 없어.
네 꿈의 결이 약해지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
레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나는 기억하고 있어."
사에나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의 눈동자는 두려움보다 더 깊은 결의를 품고 있었다.
포탈 앞에 서자, 손등 문양이 반응했다.
은은한 빛이 퍼져나가며, 포탈 중심부에 작은 틈을 열었다.
그 틈 너머로, 바람이 불어왔다.
—아직 완전하진 않은 세계.
—그러나 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곳.
"레브."
사에나가 그를 불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만날 사람들은... 완전하지 않아."
"…"
"그들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꿈을 품고 있을 거야.
너는 그 꿈을,
그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자유의 조각을 찾아야 해."
"그리고...?"
레브가 물었다.
"그리고 네 꿈도—함께 찾게 될 거야."
포탈이 완전히 열렸다.
빛의 가루가 흩날리며, 두 사람을 감쌌다.
사에나는 마지막으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레브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자."
레브는 미소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꿈의 틈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빛과 어둠이 뒤섞인 통로.
이질적이고 낯선 공간.
레브는 숨을 삼켰다.
그곳은 공간도, 시간도 아닌 곳이었다.
단지 꿈의 파편들이 흘러다니는, 무형의 바다.
"이건..."
그가 중얼거렸다.
"아직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차원."
사에나가 대답했다.
"아르벨리온은 자유의 꿈이 완성되지 못한 세계야.
여기선 네 꿈의 결이 이정표가 돼."
그때—
멀리서 파란 빛이 깜박였다.
아주 작은, 그러나 분명한 신호.
"저기야."
레브가 속삭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빛을 향해 걸어갔다.
통로의 끝에 닿았을 때,
세상은 변했다.
푸른 하늘.
끝없이 펼쳐진 초원.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날아가, 자유의 별이여..."
그것은 누군가의 꿈이었다.
그리고 그 노래는,
오래전 레브가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과 닮아 있었다.
"아르벨리온."
사에나가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우리가 도착했어."
레브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제,
그는 잊혀진 꿈을 다시 찾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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