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쿠로 연대기
Ep.05 — 성역의 문
“모든 꿈은 기억의 문을 지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 부름
어느 날부터인가, 레브는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길고 텅 빈 복도.
그 끝엔 문이 하나 있었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고,
문 위엔 글자 하나 없이 붉은 인장만이 박혀 있었다.
문은 언제나 닫혀 있었지만,
그 앞에 서기만 하면 가슴 어딘가가 이상하게 ‘울렸다.’
그것은 공포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었다.
마치 오래전, 그 문을 스스로 닫은 사람이 ‘자기 자신’이었던 것 같은 느낌.
: 빛의 균열
'쏴아아...'
그날, 도시엔 흐린 비가 내렸다.
물방울이 창을 따라 흘렀고, 거리의 불빛들이 조용히 번졌다.
레브는 학교 뒤편, 철제 펜스 너머의 허물어진 구조물에 발길을 멈췄다.
처음 보는 장소였지만, 이상하게 익숙했다.
녹슨 문을 밀자, 삐걱— 금속이 마찰하는 소리가 오래된 공기를 가르며 울렸다.
그리고 그 안,
부서진 기둥과 뒤엉킨 나무들 사이에 묻혀 있던 은빛 장치 하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치는 숨 쉬는 것처럼 미약하게 깜빡였고,
그 빛이 레브의 손등 문양과 ‘응답하듯’ 공명했다.
“드디어.. 왔구나.”
: 문이 열린다
장치는 조용히 회전했다.
이음새는 이미 닳아 있었고, 부품은 부식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또각, 또각’
장치의 톱니가 물릴 때마다,
공간의 결이 ‘삐—익’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빛이 튀었고,
공간 너머에 있던 무언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차원이 접히며, 안쪽에서 작은 문 하나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문'이었다.
: 세계의 숨결
문은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향기’가 밀려나왔다.
'..좋은 냄새..'
어떤 냄새도 없고, 색도 없는데도
그 향은 분명히 기억 속에 존재했던 무언가의 냄새였다.
눈을 감은 레브는 떠올렸다.
따뜻한 손. 울음과 웃음이 함께 묻어 있던 순간.
꿈의 파편들이 그의 심장 안에서 반응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네가 열어야 해.”
그건 누구의 목소리였을까.
세상이 했던 말이었을까.
아니면 잊혀졌던 꿈 그 자체가 그의 존재에게 건넨 메시지였을까.
레브는 한 걸음, 문 안으로 들어섰다.
다음 화 예고
Ep.06 – 성역의 수호자, 사에나
문을 넘은 소년, 그리고 그를 기다리던 한 명의 존재.
잊힌 신전의 심장부에서,
첫 번째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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