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로 연대기] Ep.01 - 잊힌 동화책
“기억해줘.
너는 처음부터… 꿈을 잊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었어.”
“사람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 공허한 일상
도시는 여전히 정돈되어 있었다.
정확한 시간, 정확한 동선, 정확한 표정.
그러나 그 완벽한 질서 속엔 감정의 흔적이 없었다.
하늘은 맑지만 무채색이었고,
사람들의 눈동자는 어디에도 초점을 두지 않은 채 움직였다.
웃음도.
울음도.
상상도...
더 이상 이 도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왜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지?'
레브는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가며, 자신만이 느끼는 ‘이질감’에 점점 말 없이 갇혀가고 있었다.
: 돌아온 집, 그리고 한 권의 책
그날도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후였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레브는,
알 수 없는 찝찝함에 오래 닫혀 있던 서랍을 열었다.
삐걱— 드르륵.
서랍 안에는 먼지 낀 종이 냄새와 함께
작고 낡은 동화책 한 권이 들어 있었다.
표지에는 제목도, 저자도 없었다.
하지만 손에 닿는 순간,
‘이건… 어릴 적 내가 봤던 책이야’
알 수 없는 확신이 마음을 흔들었다.
: 한 줄의 문장
'차라락..!'
책장을 넘기자, 낡고 바랜 페이지들이 서걱이며 지나갔다.
-스륵.
그리고 마지막 장.
“별은 언젠가, 다시 깨어날 것이다.”
레브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울리는 걸 느꼈다.
그 울림은 단순한 놀람이 아니었다.
그건 마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를 잊고 지냈던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들었을 때의 반응처럼—
차갑고 텅 빈 내면에,
작은 불씨 하나가 따뜻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손등의 빛
“…뭐야 이건.”
손등이 따뜻했다.
빛이 번지듯, 희미한 문양이 피부 위로 떠올랐다.
은빛의 선들이 별처럼 얽히며
마치 책 속 마지막 문장을 몸에 새긴 듯한 문양이었다.
"...."
그는 갑자기 숨을 멈췄다.
왜인지 모르게, 이 빛이
‘자신의 일부’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 안은 고요했지만,
심장은 조용히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다.
“기억해줘.
너는 처음부터… 꿈을 잊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었어.”
📌 다음 화 예고
Ep.02 – 몽멸의 밤
세상이 어떻게 ‘꿈’을 잃었는가.
감정 없는 세계가 된 그 밤의 진실이,
어린 레브의 기억 속에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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