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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제: 그늘진 봄을 걷는다.
창문 끝에 걸린
바람 한 조각이 가만히 흔들려
잎이 다 피지 않은 나무 아래
내 손 그림자만 따라오고
지나간 계절의 냄새가
세탁기에서 다시 돌고 있었지
지하철 창에 비친
내 얼굴보다 뒤편 풍경이 더 또렷했고
보지도 않은 카페 간판에
자꾸 고개가 돌아갔어
계산대 옆, 누가 흘린 영수증
거기 적힌 익숙한 시간
물티슈를 뽑다 멈춘 손
그 위로 햇살이 앉아 있었어
가방에 넣지 않은 작은 메모지
뭔가 쓰려다 지운 흔적
골목길 어귀,
유난히 꽃잎만 몰려 있었고
컵에 남은 미지근한 커피
입 맞추지 않은 자리만 식어 있었어
창밖에서 누가 손을 흔든 것도 같은데
아무도 없었고
나는
그늘진 쪽으로만 걷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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