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4 — 이상 현상
보쿠로 연대기
Ep.04 — 이상 현상
“모든 것이 반복되던 세계에, 작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 정해진 틀의 어긋남
이른 아침, 레브는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치 오래된 기억이 발목을 붙잡듯,
뭔가에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름에 응하듯.
횡단보도.
사람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신호를 기다리는 그 한복판에서,
누군가 조용히 세상을 뚫고 나왔다.
“잠깐만요…! 저기, 이상한 사람 있어요!”
누군가의 외침이 공기 속에 균열을 만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리는 그곳엔
허공을 향해 손을 뻗고 있던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어깨가 떨렸고, 입술이 흔들렸다.
'— 또르르'
그리고, 뺨 위로 정체모를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그러나 명확하게.
마치 잃어버린 꿈이, 다시 그녀의 안에서 살아난 듯이.
: 균열
'우우우웅…'
도시 전체에 깔린 전광판과 안내 음성이 미묘하게 뒤틀렸다.
가로등이 동시에 깜빡이며, 세계의 리듬이 비틀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이 도시 자체가, 이미 ‘느낌’이란 것을 버린 존재처럼.
“이건… 단순한 오류가 아니야.”
레브의 속에서 무언가가 웅크리듯 일어났다.
그의 손등 문양이 작게 숨을 쉬며 빛을 흘렸다.
그 빛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그것은 꿈의 흔적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깃들어 있던 기억의 열기.
: 반응
그날 밤,
레브는 창문 너머를 오래 바라보았다.
거리 너머 어느 창 안,
작은 아이가 웃고 있었다.
옆에 있던 여인은 아이를 안고 흔들며,
무언가를 노래처럼 읊조리고 있었다.
그 장면은 아무 말 없이도 울림이 있었다.
오래된 무언가가 뇌의 저편에서 깨어났다.
‘지금… 이 도시 안에서 누군가가 꿈꾸고 있다.’
그 순간, 그는 알 수 있었다.
무너졌던 세계가
조용히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는 걸..
: 메시지
새벽.
레브는 책상에 앉아 잠든 줄 알았던 책을 펼쳤다.
책장은 바람도 없이, 저절로 한 장 넘어가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
거기엔 낯선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꿈은 돌아오고 있다.
그것은 곧, 문이 열린다는 뜻이다.”
그는 조용히 그 문장을 눈에 담았다.
눈꺼풀 아래로 미세한 떨림이 내려앉고,
그의 가슴은 오래 묵은 바람처럼 조용히 울렸다.
“세상이 다시, 반응하고 있어.”
그 말은 그가 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오래전부터 그의 안에 숨어 있던
'잊힌 자신'이 마침내 다시 말을 걸어온 것인지도 몰랐다.
📌 다음 화 예고
Ep.05 – 성역의 문
꿈이 깨어나는 자리에 잊힌 공간이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세계의 균형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