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판타지

Prologue. 보쿠로 연대기: 꿈이 사라진 날

올 오브 노션 2025. 4. 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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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로 연대기

:꿈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도시는 조용했다.
이상할 정도로.
하늘은 텅 빈 유리창처럼 맑았고, 별 하나 없는 까만 하늘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침묵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새벽 안개 속에서 천천히 퍼지며, 노랗게 웅크리고 있었다.

 

인간은 잠들지만, 아무도 꿈을 꾸지 않는 밤.
'그 날' 이후로 사람들은 ‘꿈’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꿈'에 대한 기억은 어느샌가 공기처럼 옅어졌고, '감정'은 투명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그 낡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 잊힌 책과, 잊지 못한 마음

“이건… 내가 어릴 때 읽었던 거 같은데..?”

 

레브는 책장 구석, 오래된 나무서랍에서 꺼낸 낡은 동화책 한 권을 조심스레 펼쳤다.
종이에서 먼지가 풀썩 날리며, 한동안 잠자던 이야기들이 다시 깨어나는 듯했다.


표지는 색이 바래 있었고, 모서리는 손때가 배어 있었지만,
책장 가장 마지막 줄만은 유독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별은 언젠가, 다시 깨어날 것이다.”

 

문장을 읽는 순간,
레브의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묵직한 울림이 심장 깊숙한 곳에서 천천히 퍼져 나왔다.


오래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말, 하지만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말.
그 말은 아주 '깊은 곳'을 건드렸다.


그 순간, 문득 그의 손끝에서 미세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손끝에 피어나는 별빛 문양

“…이건 뭐지?”

손등 위에,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다.


별이 피는 듯, 가느다란 선이 형체를 이루며 문양이 떠올랐다.
희뿌연 하얀빛이 피부를 타고 퍼지며, 마치 오래 전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기억에 없는 기호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차가운데 따뜻했고, 어두운데 눈부셨다.


그는 숨도 쉬지 못한 채, 문양을 바라봤다.

스르륵——
창밖에서 느릿하게 지나가던 구름 사이로 번쩍, 하늘이 갈라졌다.
벼락도 아니고, 불꽃도 아니었다.


하늘이, 마치 누군가가 안에서 두드린 것처럼 흔들렸다.

 

“문이 열리고 있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에 레브는 주위를 재빨리 둘러보았다. 

하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들렸다.
그건 꿈처럼 흐릿했지만, 동시에 너무도 선명했다.


누군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조용히 말을 건넨 느낌이었다.


:몽멸의 밤, 그리고 시작

그날은 세상이 ‘꿈을 잃은 날’이었다.
누구도 그 날을 정확히 기억하진 못했지만, 모두가 그 이후부터 무언가 잃었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은 점점 웃지 않았고, 아이들은 상상을 멈췄고, 예술은 생기를 잃었다.


하루하루는 복사된 듯 흘러갔고, 감정은 희미하게 증발해갔다.

 

그러나. 지금——


한 사람의 감정이 다시 깨어나고 있었다.

방 한구석에 놓인, 부서지고 녹슨 듯한 은빛 장치가 갑자기 ‘또각, 또각’ 소리를 내며 깜빡였다.

 

마치 죽은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는 것처럼.

 

공간 전체가 미세하게 진동했고, 책장의 먼지가 가볍게 일었다.
기억이 깨어나는 소리였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기억해줘.
 너는 처음부터… 잊지 않았던 유일한 사람이었어.”


📌 다음 화 예고
Ep.01 – 성역의 잔해에서
꿈을 기억하는 소년.
그리고, 그를 지켜보던 단 한 명의 요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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